[회고] 준비만 하는 겁쟁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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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기

2018년은 프로그래머가 되기위해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시작한 해이다. 부끄럽게도 현재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다시 시작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일들을 정리해 보려한다. 그 전에 처음 프로그래밍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짚어야 할 듯하다.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된 계기

나는 경영학부생이다. 지금과 달리 10년도와 11년도엔 상경계열이 인기 있었다. 사실 처음 학과를 선택할 때 취업이 잘된다는 말만 듣고 선택하였다.

별 생각없이 학교생활을 하였고 군대를 다녀오니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취해 취업보단 창업이 하고 싶어졌다. 이 쯤 친구들과 교내 기숙사생을 위한 급식사업을 기획했었지만, 실패하였다. 바로 포기하긴 싫어서 학생들과 지역주민을 위한 플리마켓을 기획했었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나름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가 되었다.(지금은 없어졌다.)

친구들과 사업자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플리마켓 사업을 시작할 때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고싶어서 하는게 아니라 경험을 위해서 하는게 무슨의미인가.”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어서 플리마켓 사업시작과 동시에 팀에서 이탈하였다. 나는 플리마켓에 관심이 있고 좋아서 하는게 아니였고, 협동조합도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설립했다. 이런 보여주기식 사업보다 내 아이디어로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없었다. 경험도 기술도 없는 내가 훗날 사업을 하고 싶을때 어떤게 필요할까 생각해보았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은 아니지만, 프로그래밍 교육붐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빌게이츠, 오바마, 마크 주커버그 같은 유명인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워야한다고 주장했다.

별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유명인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것이라면, 나도 한번 배워보자! 그렇게 휴학하고 프로그래밍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겉핥기

나는 16년도에 휴학을 했다. 이 때 우리 학교도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웹 프로그래밍을 가르쳐 주는 연합동아리에 처음 참여하게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했다. 해당 동아리는 아무런 기초 지식 없는 비전공자들에게 한 학기 동안 하나의 웹서비스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게 목적인 동아리였다.

짧은 기간 동안 웹프로그래밍의 기초 개념과 기술들을 이해하긴 힘들다. 때문에 동아리에선 최소한의 개념을 토대로 기본적인 동작만 할 수 있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처음 접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Ruby였고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Rails라는 웹 프레임워크를 배웠다. 그땐 객체지향개념이 뭔지, 프레임워크가 뭔지, 클라이언트랑 서버가 뭔지도 몰랐다. 그냥 복붙하며 코딩을 했다. 그래도 무언가를 만들고 그 결과물이 눈에 보이니 너무 재밋었다.

3개월간의 짧은 기간이 지나고, 첫 프로젝트인 학교 강의평가사이트를 만들었다. 처음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배포하고 도메인도 사서 연결해보았다. 사이트는 별다른 기능이 없었다. 회원가입기능, 게시판, 댓글과 좋아요 기능이 있는 평범한 사이트였다. 그래도 다 완성했을 때 큰 충족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이런 사이트를 만들다니.. 나도 할 수 있겠구나!”

굉장한 단순한 이유지만, 이 시기에 결심했다. 진지하게 프로그래밍을 배우겠다고.

첫 좌절

첫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난 무턱대고 Microsoft에서 주관하는 학생개발자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그 곳에서 다른 대학의 전공자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들과 함께 작은 세미나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해당 대외활동은 전에 했던 프로그래밍 동아리와는 달랐다. 전엔 모두가 똑같이 비전공자였고, 수준이 비슷햇다. 나는 배울 때마다 자신감이 붙었었다. 하지만 전공자들 사이에 있으니 달랐다. 난 기초 개념도 없었기에 그 친구들이 설명하는 내용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첫 세미나를 준비할 때 실습용으로 준비해야 하는 코드가 있었다. 내가 맡은 부분이었지만 내가 완성하지 못하고, 다른 전공자 친구가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세미나 전날까지 코드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새벽까지 그 친구에게 물어보며 주석을 달았었다. 결국 세미나 당일에도 코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코드에 달아놓은 주석을 그대로 읊었다.

세미나 이 후엔 복지관에 필요한 출결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였다. 이 때는 개발자로 기여할 능력이 되지 않아, 기획 관련된 일만 하였다.

솔직히 너무 창피했다. 나는 당연히 기초도 없고 Ruby 말고는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써본적도 없었다. 3개월 동안 자그마한 프로젝트 하나 만들어 본 게 전부였다. 게다가 Ruby도 잘 몰랐다.

그들과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차이는 분명했기에, 그 친구들과 같은 선상에 놓일 순 없던 것이다. 잠시 배우고 자신감만 붙은 나는 많이 부끄러웠다.

잘하는 전공자 친구에게 막연하게 물었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잘하고 싶은데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 어떡해야 하니..”

그 친구의 답은 간단했다.

“뭐든 많이 만들어 보는게 좋다, 그리고 기본적인 CS지식도 필요하니깐 학교에서 기본적인 수업을 듣고와라.”

복학

내가 휴학한 시점은 3학년을 마친 후였기에 내게 학생으로 주어진 시간은 두 학기 뿐이었다. 욕심 같아서는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하고 싶었지만, 학비와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복학과 동시에 부전공 신청을 하고 자료구조, 운영체제, 유닉스, 자바 같은 수업을 들었다. 지금도 네트워크와 알고리즘을 더 공부할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겠다 싶다.

또 학교에 다니면서 16년도에 했었던 프로그래밍 교육동아리를 계속 진행했다. 해당 동아리는 연합동아리였고 학교마다 같은 이름을 공유하고 각각 학교 특색에 맞게 운영하는 시스템이었다. 내가 재학 중이던 학교는 16년도에 처음 생겼고, 그 때부터 쭉 내가 대표를 맡았었다. 첫해는 프로그래밍을 접한적 없이 흥미없는 지인들을 데려왔고 절반 이상이 중간에 이탈하였다. 잘해보고 싶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대학의 마지막 한 해는 취업준비보단 동아리 활동에 전념 했다. 대학생활의 마지막이었지만 내게 프로그래밍 입문이 될 수 있었던 동아리였기에 정착시키고 싶었다. 강의자료도 직접 만들고, 다른 학교들과 교류할 수 있게했다. 가장 중요한 동아리원들이 이탈을 막기위해 열심히 노력했었다.

처음 배울 때 이해 안 되던 부분들도 강의를 준비하며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웹 프로그래밍의 기본적인 것들을 이해한 것 같다.

대학생활이 모두 끝나고..

4학년까지 모두 마쳤을 때 학부생활말고 내게 남은 것은

17년도 중반에 두 달간 스타트업에서 QA인턴을 한 경험이 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정리하고싶다.

16년도에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하고 프로그래머가 되어야겠다고 결심을 하였고 17년도에는 아주 겉핥기식으로 기본적인 개념을 익혔다. 기간으론 2년이지만 중간에 포기한 적도 있고, 몇 달간 코딩을 아예 하지 않은 적도 있다.

입으론 프로그래밍이 재밌다고 해왔지만, 현실은 변변한 프로젝트 하나 완성한 적이 없었다. 도돌이표처럼 기초로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막 학기가 끝나갈 때부터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나름 바쁘게(?) 무언가를 한 것 같지만 개발자로서 성장하진 않았다. 아직도 나는 잡지식만 있는 입발자 에 머무르고 있었다. 진짜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선 더 준비가 필요했다… 진짜 취업준비를 하자.

Sehun Kim

Sehun Kim

하다보니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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